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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 공공기관 ESG 공시 기준 정립 : 기재부 공공기관 ESG 경영 가이드라인 발표

공공기관 ESG 가이드라인

2025년 12월, 기획재정부가 「공공기관 ESG가이드라인」을 최초로 발표했다. 총 37개 핵심지표와 80개 세부지표로 구성된 이 가이드라인은 그동안 기관별로 상이했던 ESG 공시 체계를 표준화하고, 글로벌 기준과의 정합성을 확보하는 전환점이 된다. 공공기관 ESG 담당자는 기존의 자체 지표 체계를 재점검하고, 가이드라인 기반의 공시 전환을 2026년 상반기 내 완료해야 한다.


'우리만의 ESG'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288개 공공기관 중 84%가 ESG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2025년 5월, 기재부 설문조사). 역설적이다. 대다수 기관이 이미 ESG 경영을 추진하고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고 있음에도, 정작 '기준'이 필요하다고 답한 것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그동안의 공공기관 ESG 공시는 표준 없는 자율의 영역에 머물러 있었다. 각 기관이 저마다의 해석으로 지표를 정의하고, 성과를 측정하고, 보고서를 발간해왔다는 뜻이다.


공공기관 ESG 공시, 무엇이 문제였나

공공기관의 ESG 경영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되어 있었다. 그러나 실행 단계에서는 뚜렷한 한계가 노출되었다.

첫째, 공공기관에 적합한 ESG 기준 자체가 부재했다. 국내외에 GRI, SASB, ISSB 등 다양한 표준이 존재하지만, 이들은 기본적으로 민간기업의 투자자 소통을 목적으로 설계되었다. 공공성을 핵심 목적으로 하는 공공기관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괴리가 있었다. 결과적으로 일부 기관은 '공공기관 특수성'을 명분으로 편의적인 자체 지표를 개발하는 경향을 보였다.

둘째, 알리오 공시 체계의 한계가 있었다. 알리오 시스템을 통한 ESG 정보 공시는 정보 확산에 기여했으나, 정량지표 중심의 단편적 수치 나열에 그쳤다. 기관의 ESG 전략, 목표 대비 달성도, 개선 노력과 같은 맥락 정보가 부족해 일반 국민이 기관의 ESG 경영 수준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웠다.

셋째, 기관 간 비교가능성이 현저히 낮았다. 동일한 지표명을 사용하더라도 정의와 산정 방식이 기관마다 달랐다. 온실가스 배출량 하나를 보더라도 Scope 1·2만 보고하는 기관, Scope 3까지 포함하는 기관, 아예 보고하지 않는 기관이 혼재했다. 이는 공공기관 ESG 성과의 신뢰성을 저해하는 핵심 요인이었다.


왜 이런 상황이 지속되었나

근본 원인은 '공공기관 ESG'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기준의 부재에 있다.

민간 영역에서는 투자자, 평가기관, 규제당국이 상호작용하며 ESG 공시 기준을 정교화해왔다. 반면 공공기관 영역에서는 이러한 외부 견제 메커니즘이 상대적으로 약했다. 경영평가 항목에 ESG가 포함되어 있으나, 이는 평가를 위한 체크리스트 충족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자발적인 ESG 경영 고도화를 이끌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더불어 ESG 경영 역량의 기관 간 편차도 컸다.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중 일부는 글로벌 수준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는 반면, 중소규모 기타공공기관은 ESG 전담 인력조차 확보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역량 격차가 표준화된 가이드라인 마련을 어렵게 만든 측면도 있다.


기재부 ESG 가이드라인, 무엇이 달라지나

2025년 12월 10일, 기획재정부는 제11차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공공기관 ESG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 가이드라인은 공공기관 ESG 경영의 첫 번째 공식 표준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가이드라인의 핵심 구조는 다음과 같다.

  • 총괄편에서는 ESG 목표수립 및 공시의 기본 프레임을 제시한다. ESG 목표 및 전략 수립, ESG위원회 및 추진 조직,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 중대성 평가, ESG 공시의 5개 세부지표로 구성된다.

  • 환경(E) 분야는 13개 핵심지표와 16개 세부지표로 이루어진다. 온실가스 배출량(Scope 1, 2, 3 구분), 에너지 사용량,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 폐기물·용수 관리, 환경법 규제위반 현황 등 정량지표가 중심이다. 기후리스크와 생물다양성은 자율 공시지표로 분류되어 도전적 목표 설정을 유도한다.

  • 사회(S) 분야는 14개 핵심지표와 38개 세부지표로 가장 방대한 영역을 차지한다. 안전경영책임, 인권경영, 일·가정 양립 지원, 협력사 ESG 경영 등 공공기관의 사회적 책임을 구체화한 지표들이 포함된다. 특히 상생협력 구매실적(혁신제품, 중증장애인 생산품, 중소기업 생산품)은 공공기관 고유 기능을 반영한 지표다.

  • 지배구조(G) 분야는 10개 핵심지표와 26개 세부지표로 구성된다. 이사회 내 ESG 안건 상정, 이사회 구성 및 다양성, 내부통제 점검, 감사기구 전문성 등 거버넌스 투명성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가이드라인의 실무적 함의: 세 가지 포인트

첫째, 글로벌 기준과의 정합성 확보다. 가이드라인은 GRI, ISSB 등 국제 표준을 참조하여 설계되었다. 그동안 '공공기관 특수성'을 이유로 글로벌 기준과 동떨어진 자체 지표를 운영해온 기관들은 체계 전환이 불가피하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공공기관 ESG 공시가 국제적으로 비교 가능한 수준으로 격상된다는 점이다.

둘째, 정량+정성의 통합 공시 요구다. 가이드라인은 정량지표와 함께 목표 대비 달성도, 목표 달성을 위한 기관의 노력·성과, 향후계획을 포함하도록 설계되었다. 단순 수치 나열을 넘어 ESG 경영의 맥락과 방향성을 설명해야 한다. 이는 보고서 작성 부담 증가를 의미하지만, 동시에 ESG 경영의 질적 성숙을 견인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셋째, 경영평가와의 연계 강화다. 기재부는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ESG 공시항목 확대·체계화 및 경영평가 내 ESG 평가 항목과의 연계 강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가이드라인 준수가 경영평가 성과와 직결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ESG 담당자는 이를 경영진 보고 시 핵심 포인트로 활용해야 한다.


공공기관이 당장 검토해야 할 사항

기재부 ESG 가이드라인 발표는 공공기관 ESG 경영의 표준화 원년을 선언한 것과 같다. 그동안 기관별 재량에 맡겨졌던 ESG 공시가 통일된 기준 아래 놓이게 되었다. 이는 곧 비교와 평가의 대상이 된다는 의미다.

공공기관 ESG 담당자가 당장 착수해야 할 과제는 다음과 같다.

1) 자체 ESG 지표 체계와 가이드라인 간 Gap 분석을 실시하라. 기존에 운영 중인 ESG 지표가 가이드라인의 37개 핵심지표, 80개 세부지표와 어떻게 매핑되는지 점검해야 한다. 누락된 지표, 정의가 상이한 지표를 식별하는 것이 첫 단계다.

2) 데이터 수집 체계를 정비하라. 가이드라인은 Scope 3 온실가스 배출량, 협력사 ESG 관리 실적 등 기존에 체계적으로 수집하지 않았던 데이터를 요구한다. 2026년 보고서 발간을 목표로 역산하면, 2025년 하반기부터 데이터 수집 프로세스를 구축해야 한다.

3) 경영진 보고를 통해 조직적 대응 체계를 마련하라. 가이드라인 적용은 ESG 담당 부서만의 과제가 아니다. 환경, 인사, 안전, 구매, 감사 등 유관 부서의 협업이 필수다. 경영진 차원의 인식 공유와 의사결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공공기관 ESG 경영은 이제 '선언'의 시대를 넘어 '실행'의 시대로 진입했다. 기재부 가이드라인은 그 전환점을 공식화한 것이다. 기준이 명확해진 만큼, 준비된 기관과 그렇지 않은 기관의 격차는 더욱 선명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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