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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 공공기관 ESG,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의 현주소와 개선 방향

공공기관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의 현주소와 개선 방향

공공기관 ESG 보고서 국제 표준 대응력 미흡: 현행 보고서의 명확한 한계점


정부는 공공기관이 ESG 경영의 모범을 보이며 사회적 책임을 선도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요구에 발맞추어 많은 공공기관이 ESG 경영전략을 수립하고 다양한 활동을 추진하며, 그 성과를 '지속가능경영보고서'라는 형태로 이해관계자들에게 알리고 있습니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는 기관의 ESG 경영 수준을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중요한 소통 창구입니다. 하지만 공공기관들이 발간하는 보고서가 과연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신뢰성과 비교 가능성을 갖추고 있는지는 냉철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정부의 강력한 드라이브에도 불구하고, 공공기관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의 국제 표준 대응 수준은 여전히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본 글에서는 공공기관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의 국제 표준 적용 현황을 진단하고, 실질적인 ESG 성과 공시를 위한 개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국제 표준 대응의 '불편한 진실'


공공기관의 ESG 경영이 활성화되면서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율 자체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양적 성장 이면에는 국제 표준 대응의 한계라는 질적 과제가 존재합니다.


◾️ GRI 중심의 제한적 표준 활용

대다수 공공기관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작성 시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 표준에 크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GRI는 가장 보편적인 공시 기준이지만, 이것만으로는 급변하는 글로벌 ESG 환경에 대응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기후변화 리스크 관리가 핵심 이슈로 부상하면서 TCFD(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태스크포스) 권고안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으며, 기관의 산업적 특성을 반영한 SASB(미국 지속가능성 회계기준위원회) 표준의 활용도 요구됩니다. (현재 TCFD와 SASB는 ISSB(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 기준으로 통합·발전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공기관들의 기후 및 산업 특화 표준 대응 수준은 상대적으로 저조하여, 보고서가 기관의 핵심적인 기후 리스크와 산업별 중요 이슈를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 신뢰성을 위협하는 '무늬만' 보고서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일부 공공기관에서 국제 표준을 전혀 적용하지 않거나, 제3자 검증을 생략한 채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국제 표준은 보고서의 정보가 특정 원칙에 따라 작성되었음을 보증하고, 제3자 검증은 데이터의 정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최소한의 장치입니다.

이러한 기본 절차가 생략된 보고서는 단순 홍보물에 그칠 우려가 있으며, 이해관계자들에게 기관의 ESG 성과에 대한 신뢰를 주기 어렵습니다. 이는 공공기관 ESG 경영의 투명성 제고라는 정책 목표에도 역행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선언'과 '활동'에 머무른 환경·공급망 공시


국제 표준 대응의 한계는 보고서의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드러납니다. 가장 널리 활용되는 GRI 표준의 세부 항목을 살펴보면, 공공기관들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분야가 명확하게 나타납니다.


◾️ 정량적 성과가 부족한 환경경영

환경(E) 분야는 ESG 경영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영역 중 하나이지만, 공공기관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담긴 내용은 선언적인 목표나 단편적인 활동 사례에 치우치는 경향이 있습니다.

에너지 사용량, 온실가스 배출량, 폐기물 발생량, 용수 사용량 등 핵심적인 환경 성과에 대한 정량적 데이터와 추이 분석이 미흡한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최근 중요성이 부각되는 생물다양성(Biodiversity) 보존 노력 등은 구체적인 성과 측정이 어려워 공시 대응 수준이 낮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는 환경경영 활동이 실질적인 성과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는지 파악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 사각지대에 놓인 공급망 리스크 관리

공급망(Supply Chain) 관련 공시 역시 취약한 부분입니다. 글로벌 ESG 규제는 기업의 직접적인 활동뿐만 아니라 공급망 전반에 걸친 환경 및 인권 리스크 관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공기관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는 협력사와의 상생 노력은 강조되는 반면, 공급망 내 잠재적 리스크를 식별하고 관리하는 체계적인 접근과 구체적인 성과에 대한 공시는 부족한 실정입니다. 이는 향후 공급망 실사 등 강화되는 규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준비가 미흡함을 시사합니다.


실질적 ESG 성과 공시를 위한 제언


공공기관이 ESG 경영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가 단순한 규제 대응이나 평가를 위한 수단을 넘어, 기관의 실질적인 변화와 성과를 투명하게 소통하는 전략적 도구로 활용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한 다음의 개선 방향을 고민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1) 공시 요구사항에 대한 명확한 이해와 전략적 접근

단순히 표준의 체크리스트를 채우는 방식에서 벗어나, 각 국제 표준이 요구하는 핵심 원칙과 목적을 명확히 이해해야 합니다. GRI, 그리고 향후 도입될 ISSB 기준 등 다양한 표준 간의 연관성을 파악하고, 기관의 특성과 중요 이슈에 맞는 통합적인 공시 전략을 수립해야 합니다. 특히 기후변화와 산업별 이슈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여 보고서의 정보 유용성을 높여야 합니다.


2) 활동 중심에서 성과 중심 데이터 관리로의 전환

"무엇을 했다"는 활동 중심의 서술에서 "어떤 성과를 달성했는가"라는 결과 중심의 공시로 전환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환경, 사회, 거버넌스 각 영역별 핵심성과지표(KPI)를 설정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측정·관리할 수 있는 데이터 관리 시스템 구축이 필수적입니다. 특히 환경 성과 및 공급망 관리 등 취약 분야에 대한 데이터 확보 노력을 강화하고, 목표 대비 실적과 개선 추이를 명확하게 제시하여 보고서의 객관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공공기관에게 요구되는 ESG 리더십은 화려한 보고서 발간이 아닌, 투명하고 책임 있는 정보 공개에서 시작됩니다. 국제 표준이라는 거울에 스스로를 비추어 부족한 점을 개선하고 실질적인 성과를 입증할 때, 공공기관의 ESG 경영은 비로소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는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 도약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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