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경영평가용 ESG'는 끝났다: 공공기관, 경영혁신을 위한 ESG 내재화 실현
- 영진 전
- 8월 6일
- 3분 분량
최종 수정일: 8월 10일

'경영평가용 ESG'는 끝났다: 공공기관, 경영혁신을 위한 ESG 내재화 실현
2025년 현재, ESG는 더 이상 민간기업만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기획재정부의 경영평가 핵심 지표로 자리 잡으면서, 모든 공공기관에겐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되었습니다. 기관마다 전담팀이 꾸려지고, 앞다투어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며 ESG 경영 체계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빠른 확산의 이면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존재합니다. 많은 기관의 ESG 활동이 '실질적인 변화'가 아닌 '평가 점수'를 위한 형식주의에 머무르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위원회 구성, 규정 제정, 보고서 발간 등 정량적 실적 쌓기에 급급한 나머지, ESG가 왜 필요한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은 실종되고 있습니다.
ESG는 단순히 몇 개의 지표를 관리하는 행정 업무가 아닙니다. 기관의 미션과 연계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예측 불가능한 미래의 리스크를 관리하는 핵심 경영 '전략' 입니다. 이 글에서는 '평가용 ESG'의 한계를 진단하고, 이를 넘어 기관의 체질을 바꾸는 '경영혁신'의 동력으로 ESG를 활용하는, 즉 ESG 내재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경영평가에 갇힌 ESG, 무엇이 문제인가?
현재 많은 공공기관의 ESG는 '경영평가'라는 강력한 동인에 의해 움직입니다. 이는 초기 도입과 확산에 긍정적인 역할을 했지만, 동시에 다음과 같은 부작용을 낳고 있습니다.
형식주의의 만연: 실제적인 환경 개선이나 사회적 책임 이행의 '임팩트'보다, 보고서 발간 횟수, 위원회 개최 실적 등 눈에 보이는 '실적'에 집중하게 됩니다.
부서 간의 고립(Silo): ESG가 소수의 전담 부서만이 수행하는 특별 과업으로 치부됩니다. 현업 부서들은 "ESG는 우리 업무가 아니다"라고 인식하며, 전사적인 공감대 형성에 실패합니다.
단기적 성과 집착: 장기적인 관점의 지속가능성 향상보다는, 당장 내년 평가에 유리한 단기 과제에만 매몰될 위험이 큽니다. 이는 자칫 '공공 부문 그린워싱(Greenwashing)'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의 본질은 ESG를 '별도의 과업'으로 인식하는 데 있습니다. 기관의 고유 사업과 분리된 ESG는 결국 또 하나의 행정 부담으로 전락할 뿐입니다.
사회적 가치에서 ESG로, 단절이 아닌 '진화'
일각에서는 이전 정부에서 강조했던 '사회적 가치'와 'ESG'가 어떻게 다른지 혼란스러워합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ESG는 사회적 가치의 단절이 아닌, 보다 체계적이고 글로벌한 기준으로의 '진화'입니다.
과거 '사회적 가치'가 포용적 성장, 공동체 기여 등 다소 추상적인 개념에 머물렀다면, ESG는 이를 환경(E), 사회(S), 거버넌스(G) 라는 구체적인 프레임워크를 통해 측정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E) 환경: '환경보호'라는 선언을 넘어 '탄소배출량 감축 목표', '재생에너지 사용률' 등 구체적인 데이터로 관리합니다.
(S) 사회: '사회공헌' 활동을 넘어, '공급망 인권 실사', '사업장 안전보건 관리', '이해관계자 소통' 등 기관 운영 전반의 사회적 책임을 다룹니다.
(G) 거버넌스: 사회적 가치와 가장 차별화되는 지점으로, 투명하고 윤리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통해 E와 S 활동의 진정성과 지속성을 담보합니다.
즉, ESG는 기존의 사회적 가치 실현 노력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방향성을 더 명확히 하고 실행력을 높여주는 고도화된 도구인 셈입니다.
ESG 내재화: '하는 일'이 아닌 '일하는 방식'의 전환
그렇다면 어떻게 형식주의를 넘어 ESG를 기관의 DNA로 만들 수 있을까요? 핵심은 ESG를 '하는 일(What to do)'의 목록이 아닌, '일하는 방식(How to work)'의 기준으로 삼는 것입니다.
전략: 기관의 역할에 맞는 '맞춤형 ESG'를 설계해야 합니다. 모든 기관에 동일한 ESG 전략을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핵심은 기관의 설립 목적과 고유한 사회적 책임을 ESG 전략의 출발점으로 삼는 것입니다. 가령, 에너지 공기업의 ESG는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과 '탄소중립'이라는 두 가지 책임에 집중해야 하며,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기관은 '공중 보건 증진'과 '의료 접근성 강화'를 핵심 전략으로 삼아야 합니다. "우리 기관은 사회를 위해 어떤 고유한 역할을 수행하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하여, 그 역할을 가장 잘 수행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ESG 전략을 수립해야 합니다.
프로세스: 모든 업무 과정에 ESG를 내장해야 합니다. 신규 사업의 타당성을 검토할 때 경제성뿐만 아니라 환경·사회적 영향을 평가하고, 물품 구매 시 협력사의 ESG 수준을 고려하며, 부서 및 개인의 성과평가(KPI)에 ESG 관련 지표를 반영해야 합니다. ESG가 전담팀만의 일이 아닌, 모든 임직원의 일상적인 업무 기준으로 작동해야 합니다.
조직문화: 리더십에서 실무까지, ESG 공감대를 형성해야 합니다. CEO와 이사회가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고, 꾸준한 교육을 통해 전 직원이 ESG의 필요성을 체감하게 해야 합니다.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투명하게 공유하며, ESG를 통한 혁신을 시도하는 구성원을 격려하는 문화가 필수적입니다.
전략적 제언: '혁신'을 위한 3가지 실행 과제 (Action Items)
'평가용 ESG'를 넘어 '혁신을 위한 ESG'로 나아가기 위해, 로그(LOG)는 다음의 세 가지 실행 과제를 제안합니다.
ESG 거버넌스를 재설계해야 합니다. 형식적인 위원회 운영에서 벗어나, 이사회의 실질적인 역할과 책임을 강화해야 합니다. 이사회 내에 ESG 전문가를 확보하고, ESG 관련 안건을 핵심 의사결정 사항으로 격상시켜야 합니다. 거버넌스가 바로 서야 E와 S의 방향이 흔들리지 않습니다.
'중대성 평가'를 통해 핵심 이슈에 집중해야 합니다. 모든 것을 다 잘할 수는 없습니다. 기관의 고유 사업과 이해관계자에게 가장 중요한 '핵심 ESG 이슈(Material Issues)' 를 식별하고 자원을 집중해야 합니다. 에너지 공기업이라면 '탈탄소 전환 기술'이,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기관이라면 '안전한 제품 개발'과 '정보 접근성'이 핵심이 될 것입니다. 선택과 집중이 실질적인 변화를 만듭니다.
데이터를 '관리 대상'에서 '전략 자산'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보고서 작성을 위해 흩어져 있는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 그치지 말고, 이를 분석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합니다. 에너지 사용량 데이터는 비용 절감과 탄소 감축 기회로, 민원 데이터는 사회적 요구 파악과 서비스 개선의 실마리로, 공급망 데이터는 잠재적 리스크 예방의 열쇠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이 ESG 경영의 성패를 가릅니다.
공공기관의 ESG는 이제 선택이 아닌 숙명입니다. 평가 점수에 일희일비하는 소극적 대응을 넘어, ESG를 기관의 체질을 개선하고, 국민의 신뢰를 얻으며, 지속가능한 미래를 여는 혁신의 기회로 삼는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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